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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드 vs 내추럴 커피 생두, 원두, 스페셜티 알아보자.

커피콩29 2025. 8. 1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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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가공 방식입니다. 원산지, 품종, 재배 환경이 같아도 어떤 방식으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컵 속 향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 방식이 워시드(Washed)와 내추럴(Natural)입니다. 워시드는 깨끗함과 일관성을, 내추럴은 강렬함과 개성을 대표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방식의 가공 과정, 로스팅 후의 향미 특성, 그리고 스페셜티 시장에서의 평가를 역사적·문화적 맥락과 함께 심층 분석합니다.

워시드 vs 내추럴 커피 생두, 원두, 스페셜티 알아보자.
워시드 vs 내추럴 커피 생두, 원두, 스페셜티 알아보자.

생두 – 가공 과정과 품질 차이

워시드 방식은 ‘습식 가공’으로, 커피 체리를 수확한 직후 펄퍼(Pulper)라는 기계를 통해 과육을 제거하고, 씨앗에 남은 점액질(Mucilage)을 발효조에서 12~48시간 동안 미생물로 분해시킵니다. 이후 깨끗한 물로 세척하고 건조대나 아프리칸 베드에서 천천히 건조합니다. 이 과정은 불필요한 발효를 최소화하고, 향미를 깔끔하게 표현하게 해줍니다. 워시드 커피는 주로 고산지대 아라비카에 적용되며, SCA 컵 평가에서 ‘클린컵’과 ‘브라이트 애시디티’(밝은 산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다만 물 사용량이 많고, 발효·세척 시설과 인력이 필요해 생산비가 높습니다. 내추럴 방식은 ‘건식 가공’으로, 수확한 체리를 과육째 햇볕에 건조하는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건조 중 과육의 당분과 향 성분이 씨앗에 스며들어 단맛과 과일향이 강해지고, 바디감이 풍부해집니다. 그러나 관리가 부족하면 곰팡이·불균일 발효가 생기기 쉽고, 그 결과 품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 사용이 거의 없고 장비 투자가 적어 비용 면에서 유리하지만, 건조 환경이 청결해야 하고 날씨에 크게 의존합니다. 역사적으로 워시드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케냐처럼 고산지대와 깨끗한 수자원을 가진 나라에서 발전했고, 내추럴은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기후의 에티오피아, 예멘 등지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원두 – 로스팅과 향미 표현

워시드 원두는 라이트~미디엄 로스트에서 가장 빛을 발합니다. 예가체프 워시드 커피는 자스민, 시트러스, 허브 향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코스타리카 워시드 커피는 오렌지·살구·꿀의 조화로 유명합니다. 로스터는 초반에 부드럽게 열을 올려 산미를 살리고, 후반에는 과도한 색 변화를 방지해 향미의 투명성을 유지합니다. 필터 브루잉, 핸드드립, 콜드브루에 적합하며, 라떼보다는 블랙 커피로 마실 때 장점이 두드러집니다. 내추럴 원두는 미디엄~미디엄 다크 로스트에서도 개성이 살아납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는 블루베리, 딸기, 건자두 같은 진한 과일향과 와인 같은 발효향을 자랑하며, 브라질 내추럴은 견과류·초콜릿 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입니다. 당분 함량이 높아 로스팅 시 쉽게 색이 진해지고 스코칭(표면 그을음)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로스터는 열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맞춥니다. 내추럴은 에스프레소, 라떼, 모카 등 밀크 베이스 음료에도 향미가 뚜렷하게 남아 개성 있는 메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들은 이 둘을 혼합해 블렌딩 원두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워시드 60% + 내추럴 40%는 깔끔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제공하며, 필터와 에스프레소 양쪽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냅니다.

스페셜티 – 시장 평가와 소비자 선호

스페셜티 시장에서 워시드 커피는 ‘전문성과 안정성’의 상징입니다. SCA 평가 항목 중 ‘클린컵’, ‘밸런스’, ‘브라이트 애시디티’에서 강점을 보여 대회용 커피나 프리미엄 싱글 오리진 라인업에 자주 쓰입니다. 특히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깨끗하고 세련된 커피’로 인식돼, 고급 필터 커피 메뉴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내추럴 커피는 향미의 강렬함과 독창성 덕분에 매니아층이 두텁습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원두 중 일부는 에티오피아 내추럴 로트였으며, 블루베리·트로피컬 과일·와인향이 심사위원의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러나 향미의 개성이 너무 강해 일부 소비자에게는 호불호가 갈리고, 품질 관리가 미흡한 로트에서는 발효취나 불쾌한 잡향이 날 수 있습니다. 최근 커피 시장에서는 두 방식의 장점을 결합하거나 변형한 하이브리드 가공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허니 프로세스는 과육을 제거한 후 점액질을 일부 남긴 채 건조해 워시드의 깔끔함과 내추럴의 단맛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애너로빅 내추럴은 산소를 차단한 발효조에서 건조·발효를 병행해 독특한 향미를 만듭니다. 카보닉 마세레이션은 와인 제조 기술을 응용해 발효 향과 질감을 강화합니다. 이런 실험적 가공은 스페셜티 시장의 ‘경험 가치’를 높이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향미 세계를 제공합니다.

 

워시드와 내추럴은 단순한 가공 방식의 차이를 넘어, 커피 향미의 철학과 개성을 담고 있습니다. 워시드는 정제되고 깨끗한 맛을, 내추럴은 강렬하고 감각적인 향을 제공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원두 선택과 추출 레시피 구성에서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다음 커피를 마실 때, 그 한 잔이 어떤 가공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향미를 의도했는지 떠올려 보며 그 깊이를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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