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바리스타가 사랑한 커피 (생두, 프로세싱, 원두)
2024년, 전 세계 바리스타들이 주목한 커피의 특징은 단순히 ‘맛있다’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생두 품질의 정밀 관리, 창의적인 프로세싱 방식, 그리고 원두의 로스팅·블렌딩 노하우까지, 커피 한 잔이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4년 바리스타들이 특히 사랑한 커피를 생두, 프로세싱, 원두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생두 – 바리스타의 선택을 좌우한 원재료
바리스타들에게 생두는 단순한 원료가 아닌, 커피의 가능성을 결정하는 출발점입니다. 2024년에는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과 마이크로 로트(Micro Lot) 생두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 파나마 게이샤, 케냐 AA 같은 고품질 생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생두 선택 기준은 품종·재배 고도·수확 시기·결점두 비율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파나마 게이샤는 해발 1,800m 이상에서 재배되며, 낮과 밤의 큰 일교차로 인해 꽃향과 과일향이 극대화됩니다. 또한, 결점두 비율을 0.5% 이하로 유지하는 철저한 선별 작업이 진행됩니다. 바리스타들은 생두 샘플을 로스팅한 후 컵핑(Cupping)을 통해 산미, 단맛, 바디, 애프터테이스트를 분석합니다. 이때 물의 TDS, 추출 온도, 로스팅 포인트를 세밀하게 조정해 생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립니다. 이렇게 맛의 프로파일을 명확히 이해한 뒤, 자신이 구현하려는 커피 콘셉트에 맞춰 생두를 선택합니다. 결국, 바리스타가 사랑한 생두란 ‘자신의 커피 철학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세싱 – 향미를 디자인하는 예술
2024년은 커피 프로세싱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폭발한 해였습니다. 전통적인 워시드(Washed), 내추럴(Natural)뿐 아니라 허니(Honey), 애너로빅(Anaerobic), 카보닉 마세레이션(Carbonic Maceration), 라티튜드 발효(Latitude Fermentation) 같은 실험적 방식이 주목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우일라 지역에서는 커피 체리를 밀폐 용기에 넣고, 특정 미생물과 효모를 주입해 발효를 제어하는 애너로빅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즈베리·망고 같은 과일향이 강화되고, 복합적인 단맛이 형성됩니다. 브라질 일부 농장은 카보닉 마세레이션을 도입해 와인처럼 부드러운 산미와 긴 여운을 구현했습니다. 바리스타들은 프로세싱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로스팅과 추출 레시피를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내추럴 방식 원두는 단맛과 바디가 강해 에스프레소에 적합하며, 워시드 방식은 산미가 또렷해 필터 커피에 어울립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후·습도·온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건조 기술이 도입되어, 프로세싱 결과의 일관성이 향상되었습니다. 프로세싱은 단순한 가공 단계를 넘어, 바리스타가 표현하고자 하는 맛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향미 디자인’의 핵심 도구입니다.
원두 – 로스팅과 블렌딩의 결정판
원두 단계에서 바리스타의 개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납니다. 2024년에는 라이트~미디엄 로스트의 스페셜티 원두가 대세였습니다. 라이트 로스트는 산미와 과일향을 살려 필터 커피에 적합하고, 미디엄 로스트는 밸런스를 유지하면서도 에스프레소에 잘 맞습니다. 바리스타들은 싱글 오리진 원두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블렌딩을 통해 복합적인 맛을 구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워시드 50% + 브라질 내추럴 30% + 콜롬비아 허니 20% 조합은 산미·단맛·바디의 균형을 이상적으로 맞춥니다. 또한, 2024년에는 프로파일 로스팅(Profile Roasting) 기술이 보편화되어, 로스팅 곡선을 1도 단위로 제어하며 원두의 잠재력을 극대화했습니다. 바리스타들은 로스팅 후 컵핑을 반복해 이상적인 맛을 찾고, 이를 레시피에 반영했습니다. 특히 고급 대회에서는 로스팅 포인트를 2~3초 단위로 세밀하게 조절하여, 특정 향미(예: 베르가못, 밀크초콜릿, 허니)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바리스타는 자신이 원하는 맛을 정밀하게 재현하고, 고객에게 일관된 품질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바리스타들이 사랑한 커피는 생두, 프로세싱, 원두 각각의 단계에서 최고의 품질과 창의성을 갖춘 결과물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생산자와 바리스타의 철학과 기술이 담긴 예술 작품입니다. 다음에 커피를 마실 때는 그 한 잔이 담고 있는 기후, 토양, 재배자의 손길, 그리고 바리스타의 정교한 기술까지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